2008년 06월 18일
탈프레임의 괴물
'문제는 프레임이다.'
진보진영의 몇몇 학자들은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보수진영이 독점하고 있는 프레임에 그 원인을 두었다. 촛불집회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그 프레임이 주 화두 중 하나였다. 진보 대 보수, 폭력 대 비폭력, 상식 대 비상식, 혹은 중도보수 대 몰상식. 이러한 틀은 유효해 보였고, 여전히 그 프레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촛불집회를 되돌아보자 얼핏 보기에는 마치 그러한 프레임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촛불집회에서 상식, 비폭력, 중도보수, 진보의 확실한 프레임이 보이는가?
그것이 상식이든 비폭력이든 촛불집회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인 집단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어졌다. 닭장차를 전복시키는 사람들의 행위는 상식적인 행위인가? 아니면 비상식적인 행위인가? 폭력적인 행위인가? 아니면 비폭력적인 행위인가? 글쎄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여기서 다시 촛불집회의 초기로 기억을 되돌려보자.
분명 광우병'괴담'은 있었다. 이명박대통령의 말대로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들이 확산되기는 했다. 문제는 이러한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들이 꽤 초기의 진압되었다는 것이다. 전경이 여대생을 죽였다는 여대생 사망설도 마찬가지이다. 촛불집회가 하나의 가치, 하나의 덩어리, 하나의 프레임으로 움직였다면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들이 순간이나마 퍼져나갔다는 것만으로도 촛불집회 전체에 큰 약점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은 가볍게 넘어갔다. 어떻게? 자성했다. 세상에 정말 그걸로 끝이었다.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깨닫기 시작했을 것이다. 촛불집회는 같은 프레임에 맞추어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른 가치의 사람들이 걷다보니 어쩌다 같이 걷게 된 것일 뿐인 거다. 촛불집회의 일부가 혹은 다수가 내가 판단하기에 비도덕적이거나 부당하다고 해서 그들을 대신해서 싸울 필요도, 옹호해줄 필요도 없다. 같이 촛불을 들었던 '다함께'를 생각해 보라. 그리고 폭력시위 논란 후 조금이나마 과격한 행동이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프락치는 물러나라"라고 외쳤던 사람들을 기억해 보라. 탈프레임 혹은 작게 나누어진 多프레임. 이 속에서는 내가 믿는 이성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만 지켜내면 된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이 꺾이지 않는 한 같은 행동을 하는 누군가가 쓰러진다고 해서 같이 쓰러질 필요는 없다. 아니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버릴 수 있다.
광우병이 100%괴담이라고 밝혀졌다고 하자. 하지만 광우병문제만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사육장시스템은 문제점이 많다. 닭장 쓰레기들이 소의 사료로 쓰인다던가, 환경에 부담이 많이 주는 사육장시스템 등이 그러하다. 광우병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전부 괴담에 불과하다고 쳐도 털어서 먼지 날만한 소재들은 산더미처럼 많다. 지금 사람들이 설사 100%거짓인 광우병 선동에 넘어간 사람들이라 하여도 "당신들은 거짓선동에 넘어간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실상 별 의미가 없다. 5월29일 날 촛불을 든 이유와 6월10일 날 촛불을 든 이유, 그리고 오늘, 내일 촛불을 든 이유는 다를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모두를 전문가로 만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학습하기 시작하였고, 이미괴담을 넘어서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할 명분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괴담에 선동되었는데 '쪽팔려서' 뒤늦게 만들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하는 점이다.
이문열씨는 ‘촛불시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의병들이 일어서야 한다’ 고 외친다. 나라수호, 경제수호라는 별로 쿨해보이지도 않고 통하지도 않는 틀.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자칭 보수입네라고 말하는 작자들의 프레임전쟁은 촌스럽기 짝이 없다. 맞불집회라고 모인답시고 특정연령층의 분들이 모여서 태극기를 흔들면서 성토하는 정도이다. 이는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계층이 모인 촛불집회와 시각적으로도 대비되는 효과를 줘서 오히려 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주었다. 게다가 슬프게도 그들은 이미 생명이나 복지, 환경과 같은 우선적인 가치가 있는(있어 보이는) 프레임을 차지할 수도 없다.
그들은 뭉쳤기 때문에 벗어날 수가 없다. 정부 측 실언에 대한 분노는 어느새 이명박탄핵이라는 구호로 이어진다. 하나로 뭉쳐서 다같이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잘못하면 이명박도 욕먹는다. 어청수가 잘못해도 이명박이 욕먹는다. 이제는 다 이명박처럼 보인다. 이명박2, 이명박3, 이명박4....이문열은 이명박7정도 되려나. 당신들이 만들려는 것, 당신들이 상대하려는 것은 탈프레임의 괴물이다. 이 분은 털어서 먼지하나 나면 한대 때리는 정도로 끝내시지 않는다.
PS.탈프레임의 '괴물'이라고 말한 것은 과연 어떠한 형태로 나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씨앗이 될 것이라며 설레발치기는 싫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도 꽤 높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의 대책 없는 바보스러움보다 이 탈프레임의 괴물 쪽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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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6/18 02:08 | 뉴스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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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쓴 글하고 이어지는 이야기. 촛불집회는 사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생명, 환경, 사람의 가치이외에는 따로 지켜야할 이념(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