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원래 보수성향이 강하다고 가정한다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보면 보수는 '엄격한 아버지'로 그려진다. 이 책에 나온 주장을 그대로 한국사회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어쩌면 '강한 아버지상'을 그리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국인이 원래 보수성향이 강하고 마음속으로 '강한 아버지상'을 그린다는 전제 하에 한국사회를 바라보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전개가 가능하다

의료보험 민영화와 대운하 때에는 나서지 않았다가 자기 입에 들어가는 쇠고기수입문제에 와서야 촛불을 든 것은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국가를 하나의 가족으로 보고 대통령을 가장으로 보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그 유명한 100분토론 소비자리콜을 가정문제로 바꾸도록 하자. 의료보험 공영화와 대운하는 일단은 '집안'문제이다. 돈벌겠다고 수상한 사업이나 벌이고 집을 담보로 하는 가장은 짜증나지만 그래도 가족경제를 살리려는 것이니 하면서 참을 수는 있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는 다르다. 웬 깡패가 강제로 몸에 해로운 물건을 팔았는데 별다른 반항도 군말도 없이 넙죽 사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자신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장이 깡패에게 굴복한 모습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효순, 미선이'도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가족원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얻어 터졌는데 가장이 가족을 제대로 변호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사과도 못 받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았던 이명박과 노무현을 비교한 사진을 생각해보라. 고개를 숙인 이명박, 총도 제대로 못 드는 이명박은 금세 허약한 가장의 이미지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물론 시민들을 진압할 때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얻은 이미지가 가정폭행범의 이미지다.

디워나 황우석사태도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제품을 소비하고 선호하면서,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을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강한 아버지상'의 프레임에서 본다면 전혀 모순된 것이 아니다. 심형례와 황우석이 자랑스러웠던 것은 그들이 가족의 명예를 드높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말해도 되는지 걱정은 되지만, 강한 미국을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 동경하는 것과 그런 강한 미국에 얻어터지는(?) 한국대통령에 대한 혐오는 모순 되지 않고 오히려 일관성이 있다. 강한 가장에 대한 동경이 보수주의자의 습성이라고 한다면 반미 혹은 미국에 대한 애증은 오히려 보수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한국인이 원래 보수적이라 한다면, 시민들이 지니는 자칭 보수주의자들에 대한 혐오도 이해가 된다. 한마디로 너희들이 보수라서 싫은 게 아니라, 너희들이 보수가 아닌데 보수인 척해서 싫다는 것이다. 프레임전쟁이라는 틀에서 보면 전에도 말했듯이 자칭보수들은 악수만 열심히 두는 셈이다. 프레임을 만들어 공격을 하려면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나, 정책자체를 공격해야 하는데 자칭보수들은 시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사탄의 무리들, 빨갱이들, 촛불좀비들 이 단어가 사실을 말해주던 아니던 전략적으로 보자면 꽝인 셈이다.) 게다가 공격받는 쪽은 스스로 사탄의 자식이라고 자처하면서, 공격하는 쪽이 우습게 되어버렸다. 생각해보면 촛불좀비라는 단어도 악수인듯 싶다.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 마치 끈질기게 되살아나라고 격려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가!

*위에 글은 어디까지나 한국인의 기본성향이 보수라는 가정 하에 쓰인 것이다. 은유는 복잡한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 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피하고 싶다. 덧붙여 조지 레이코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왜곡된 프레임을 간파하고 부수기 위해 양심적으로 구성된 프레임으로 대항하는 것은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훈련된 지성과 이성과 다양한 가치로 대항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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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성 | 2008/06/25 23:05 | 뉴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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