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감수성

무한도전이전에 '악동클럽'이라는 가수데뷔를 목표로 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가 있었습니다그 뒤로도 슈퍼스타K, 대 동경소녀 등의 방송으로 지금도 비슷한 형식의 프로가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악동클럽'과 관련해 한 음악평론가는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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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 종일 같이 숙식을 하면서 자신과 친한 동기들이 하나 둘 탈락되는 것을 보는 것이 음악인의 감수성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 

 
비단 서바이벌은 방송만을 위한 컨셉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도 많은 아이돌들의 데뷔 후 인터뷰 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연습생시절을 평생 벗어나지 못해 데뷔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한 아이돌도 있고, 지금은 친하지만 멤버가 확정되기 전에 서로 경쟁심이 심했다고 말하는 그룹도 있습니다. 실제로 '연습생 시절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고 데뷔를 이루지 못한' 연습생들이 있기에 나온 말이겠죠
.

 
아이돌을 육성하는 시스템은 가혹하지만, 단순히 음반제작이라는 측면에서만 따지면 아이돌그룹은 기형적이라고 볼 정도로 비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사,작곡,편곡 그 어느 것 하나 그룹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니 제작비용은 제작비용대로 다 들어가면서도 그룹멤버수는 많으니 멤버수만큼 의상비나 식비도 들것이고, 그 외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YG JYP는 소속작곡가들이 곡을 만들어준다고 하지만 대형기획사인 SM도 상당수의 곡을 외부에서 받아쓰고 있고 다른 중속기획사중에서는 아예 자체적으로 작사,작곡,프로듀스 하나도 제대로 해결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지하게끔 하는 것이 음악외적인 활동인데 방송국에서는 시청률이 끌어올릴 수 있는 상위 인기그룹들을 좀 더 편애할 테니 조금만 인기가 떨어져 방송국에서 외면 받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인거죠. 음악인의 생명이 음악외적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아이돌은 대중음악인이도 하면서 대중들은 겪을 수 없는 비일상의 연속 속에 살아갑니다. 사회경험들을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방송국에서 하는 셈이지요.  여기서 야기되는 것이 미숙한 생각, 경험으로 인한 막말, 예절문제입니다. 물론 아이돌도 예절교육은 할겁니다. 인사교육은 기본일 것이고, 같은 프로그램에 나오는 선배에 대한 정보를 미리 주기도 할겁니다. 그리고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조용히 있어라는 팁도 줄 수 있죠. 그런데도 자꾸 아이돌의 예절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예절교육의 문제라기 보다 일상적인 사회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 상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저도 말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고요. 어렸을 때는 잘못된 사실로 막말 비슷하게 한적이 있고 미숙한 사고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고칠 수 있는 것이 친구의 조언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이지만 방송생활이 곧 사회생활인 아이돌의 경우 친구나 주변인들의 조언과 충고 대신 네티즌의 악플이 존재하는 것이죠. 아이돌의 논란이 된 발언들을 살펴보면 분명 잘못된 발언이지만 그 나이가 가질만한 미숙함에서 나올만한 말들입니다. 편견을 버리면 특별히 더 건방지거나 교만해서 말을 뱉는 아이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특히 SM이 예절교육이 안되었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것은 특히’ SM이 방송의존도가 높고 멤버수도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닐까요?)

 

 상당수의 아이돌가수는 어렸을 때 데뷔가 보장된 것도 아닌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같이 먹고 자고 했던 친구들이 포기하거나 지쳐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데뷔를 이루었습니다. 데뷔 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방송무대(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의 첫무대를 생방송에 내세우는 것이 정상인지, 아니 음악방송을 생방송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정상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화술도 배우고, 예능에 나와서 웃겨야하고, 어디서 카메라가 있을지 모르니까 언제든 표정관리 해야하고, 어디까지나 방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체력과는 상관없이 짜여진 스케줄, 그리고 본인의지와는 별개로 짜여진 과도한 스케줄 속에서도 언제나 최상의 컨티션을 보여주기를 강요당하는 그들의 감수성은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요?

 

 

사족:예전 어느 록페스티발에서 참가한 한 록그룹은 감기에 걸려 목상태가 안좋다며 미안하다고 인사를 한 뒤에 무대에서 아무런 노래도 없이 내려와야 했습니다. 물론 아쉽기는 하지만 꼭 그 그룹이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즐길 수 있는 그룹들은 많기에 프로라면 어떤 상황이 되어도 목관리를 해놔야지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by 최윤성 | 2009/07/29 16:36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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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64rpm모란 at 2009/07/30 00:11
ㅠ.ㅠ아 진짜 공감합니다. 아이돌 개인보다는 사실 구조적인 문제가 뒤에 엄청 크게 버티고 있지만 외적으로 보이는 건 아이돌 본인들이라....여러가지로 오해도 많고 과장되는 문제도 없잖아 있을 것이 분명한데, 사실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아이돌 본인들이 요즘은 특히나 나이가 어려서ㅠ.ㅠ 좋아하면서도 걱정되고 썩 좋아하지 않아도 걱정될 정도로; 요즘은 참 그렇네요.ㅜㅜ
Commented by 얼운 at 2009/07/30 00:51
꽤 날카로운 글입니다.
Commented by 악동 at 2009/07/30 02:13
음악의 모든것을 비주얼로 때우려는 우리 가요계의 문제점도
한몫 한다고 볼수 있을까요?
Commented by at 2009/07/30 02:32
아 너무 좋은 글이네요 항상 생각하고있던 문제들이었어요.. 잘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레이피엘 at 2009/07/30 03:24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고 또 공감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이돌은 분명히 가수가 맞지만, 그네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느낌은 항상 들지가 않았어요, 볼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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