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10일
인디음악와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장르의 용어사용 문제
인디와 언더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용어에 차이는 있습니다. 인디가수가 '우리는 오버그라운드에 올라가지 못해서 인디가수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10년 전인데 아직까지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죠.
인디의 개념은 하나의 지향점으로 기본적으로는 '자본으로 부터의 독립'을 말합니다. 인디가수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면 "더 이상 인디가 아니다."라고 말하시는 분도 계신데, 대중가요를 지향해도 '자본으로 부터의 독립'이라는 본 취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인디'라고 불려도 문제 없을 것입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레이블안에서 앨범제작의 모든 단계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겠죠. 그렇기에 장기하가 ‘대중가요를 지향하지만 우리는 인디뮤지션’이라는 말은 모순점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레이블안에서 모든 제작이 이루어지는 ‘빅뱅’은 인디그룹인가?라는 질문도 있을 수 있겠네요.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르로서의 인디음악’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람에 따라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르로서의 인디음악’’정서상의 인디음악’ 역시 존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슈게이징 음악이 신발만 쳐다보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서와 기류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디도 ‘독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서 보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이미 인디라는 용어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본래 뜻보다는 장르상의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고 보고 있으며, 인디밴드가 메이저자본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고 해서 더 이상 인디밴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인디면서 오버그라운드는 가능한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인디음악과 언더그라운드의 개념을 구분하기로 하죠. 예술계에서 언더그라운드의 의미는 ‘상업성을 무시한 예술’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음악계에 있어서는 그보다 오버그라운드에 대비되는 의미가 강하다고 봅니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있는데도 자본이나 지원이 안돼서 언더그라운드에 머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한도전에서 길이 마이티마우스의 상추를 보고 “인디의 길이”가 아니라 “언더의 길이”라고 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상추는 언더에서 실력을 쌓고 인정을 받아 오버그라운드에 올라선 것이지 애당초 인디음악을 했던 것이 아니지요. 또 하나로 서는 무대로 오버그라운드 무대에 반대되는 의미로 언더를 바라 볼 수가 있습니다. 주류감성의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들 앞에 서기보다는 조그만 클럽을 선호할 수도 있는 것이죠. 즉 오버그라운드에 올라서지 못해서 안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언더에 있으면서 주류감성의 음악을 하는 것도 가능한 것입니다.
얼마 전 해피투게더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게스트로 문희준이 나왔는데 박미선이 문희준의 노래를 들었다며 문희준의 음악을 ‘발라드’라고 했던 것이지요. 이에 문희준은 자신의 음악을 들었던 것이 맞냐며 자신의 음악은 ‘발라드’가 아니라 ‘락’이라고 정정했죠. 유재석은 얼른 ‘락발라드’라고 중재를 했고요. 아마 박미선씨가 문희준씨의 음악을 듣지 않았던 것이 아닐것입니다. 문희준의 ‘toy’는 듣는 사람에 따라서 발라드라고 느낄 수도 있는 노래였죠. 그렇다면 ‘toy’는 발라드일까요 락일까요? 아니면 락발라드?
장르구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악기구성도 음악의 전체적인 뼈대도 아닌 가수본인이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입니다. 가수 본인이 음악을 ‘락’이라고 생각한다면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은 평론가나 청자의 잣대가 아니라 가수 본인의 생각이지요. 빅뱅이 인디레이블과 같은 시스템으로 음반을 제작한다고 해서 인디음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장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장르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창작자가 음악에 담고 싶은 정서,생각,의지의 의미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장르를 나누고 연구하는 것이 무의미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창작자의 음악적 상상력을 제한해서는 안되겠죠.
# by | 2009/08/10 11:30 | 잡담 | 트랙백 | 덧글(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